여/성.화
(female/sex.painting),2021
꽃 그림을 그린다.
나의 최근 관심사는 뻔하고, 폄하된, 전형적인 꽃에 관한 것들이다. 미술사에서 유구한 주제로 다뤄지는 꽃은 전형적인 ‘여성적’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꽃밭’이라는 진부한 표현은, 주체적인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나는 스스로 꽃이길 바랄 때가 있었고, 꽃으로 불리기도 했었고, 이제는 꽃이 아닌 존재로 규정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일부러 웃기도 했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계속 어딘가를 곁눈질했고 내 마음은 허공에 가 있었다.
내가 말을 했을 때, 그때 알았다. 내 말은 쉽게 ‘믿어지지’ 않거나 ‘불평불만’ 정도의 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아무 일도 없다. 말하지 않은 일들은 한 사람 안에서 곪아간다. 반복해서 떠올리게 되는 몸속 기억들은 뭔가 의문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물리적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은, 기억 속에만 고여 있는 꽃다발을 굳이 꺼내는 일은 왜 필요할까. 꽃을 입체적으로 감각하려는 노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상화와 내면화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자기 자신으로 불리고 싶은 꽃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지는 꽃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여성스러움’이 수시로 납작해지는 일들을 관찰하고, 아예 고착화된, 진부한, 진부해서 더 문제인 단어들로 경계를 허문다.
느낌표 대신 물음표로 감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꽃 그림이나 그리는’ 정성스러움을 통해 ‘꽃 같음’을 긍정하면서도 부정하고, 꽃다발이 어떤 맥락에 의해 얼마나 의미가 달라지는지 묻는다. ‘꽃이(아니)다’를 반복해서 속삭이며 사회가 있으라고 한 자리에서 약간 벗어난 여러 겹의 존재들이 스스로 자신을 충분히 설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층적이어야 하는지를 또 묻는다.
불현듯 솔직해지고 싶은 마음과 꽃에 다시 이름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여/성.화> 시리즈는 꽃시장에서 ‘여성스러운 꽃’을 수집한 뒤, 세 번에 걸쳐 사진을 찍은 후 그린 초상화이자 정물화이다. 이를 통해 꽃을 불러내는 일이, 위로와 연대가 될 수 있을지, 기억에 고립되지 않을 수 있을지, 다시 묻고자 한다.
I break down the boundaries of stereotypes and clichés words. I collect ‘feminine’ flowers, explore ‘feminine’ gestures, glorify ‘feminine’ objects, and observe the flattening of ‘femininity’. In the end, through the earnest work of ‘paint stuffs like flowers ‘, I want to affirm and deny femininity and at the same time want to ask how much the meaning of a bouquet depends on the context, and how multi-layered it is to fully describe oneself. The series <female/sex.painting> is a series of portraits and still life painting after collecting ‘feminine flowers’ at a flower market and photographing them in three ses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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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화
(Moving Flowers), single channel video, 2021
Original artwork 박슬기, Animation director 이범희
박슬기 작가의 <여/성.화> 작품 위에 <꽃들에게 언어를 주자>에 사운드로 삽입된 <아무 일> 텍스트 작업의 음성을 결합하여 만든 실험애니메이션으로, 박슬기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며 느꼈을 감정과 메시지 (Moving Experience)를 움직임(Moving)으로 표현하였다.









